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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놉(NOPE) 새롭게 해석한 UFO 영화

by hihaho_ez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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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그것은 동물이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진 사물에 맞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OJ는 여동생과 말농장을 운영해 나간다. OJ는 말에 대해 잘 알고 농장 운영에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만 동생인 에메랄드는 말 농장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내성적인 OJ를 대신해 사람들에게 말농장을 홍보하고 더불어 자기 자신도 홍보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농장 주변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일들을 감지한 OJ는 문득 움직이지 않는 구름을 발견한다. 그 안에 UFO가 숨어있다고 생각하고 에메랄드와 상의하자 에메랄드는 그 장면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제안한다. 말 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했던 OJ는 UFO를 찍기로 결심하고 CCTV를 지붕 위 곳곳에 설치한다. 하지만 UFO는 쉽게 찍히지 않고, OJ는 점점 이것이 단순한 UFO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UFO는 말을 한 마리씩 잡아먹었는데, 사실은 말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도 삼켜버리는 생명체라는 것이 드러난다. OJ와 에메랄드는 이 괴생명체에게서 도망치지만 이것을 찍어서 생계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은 접지 않는다. 유명한 카메라 감독까지 섭외한 OJ와 에메랄드는 풍선으로 괴생명체를 유인하면서 전 세계에 이것을 알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한다.

영화에 숨어있는 다양한 해석

놉은 겟아웃과 어스에 이은 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이다. 감독 특유의 독특한 표현과 분위기가 이 영화에도 잘 녹아있다. 단순히 스토리만 보면 말 농장을 운영하는 남매가 UFO인 줄 알았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싸워 극복해 내는 영화로 볼 수 있지만 작가가 의도한 장면들과 의미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우선 영화에서는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감독은 흑인 감독이 흑인 배우들만을 캐스팅해 이렇게 큰 자본의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드는 것은 5년 전만에도 불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최초의 영화가 말을 타는 흑인 기수라는 말이 나온다. 할리우드의 시작이 흑인 기수였음에도 그에 대한 기록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과 흑인이 그 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인종에 대한 이슈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한 카우보이 제프가 동양인인 점도 이와 유사하다. 제프와 관련된 해석들도 있는데, 어렸을 적 침팬지의 난동 속에서 제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히 운이 좋게 세워진 신발 한쪽과 테이블보로 눈이 가려져서 침팬지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우주생명체를 쳐다보면 안 된다고 말하는 OJ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제프는 과거에 자신이 살아남았던 '운'을 '선택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두에게 자신이 선택받은 자임을 보여주려 쇼를 기획하지만 결국 잡아먹히고 만다. 이 쇼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과거 같은 경험을 하고 얼굴이 망가져버린 소녀가 참석했는데, 소녀는 본인이 망가지기 전 얼굴을 한 본인 사진이 프린팅 된 티를 입고 있다. 제프와 그 소녀 모두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서로를 통해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다. 고디가 왔다에서 침팬지의 흥분이 풍선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시작되고 마지막 풍선이 터지자 잠잠해졌던 것처럼 우주생명체 또한 풍선을 먹고 터져버린다. 이렇게 영화의 다양한 장면들에 숨겨진 해석들을 따라 보는 것도 이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다.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영화가 전형적인 기승전결로 흘러간다기보다는 여기저기에 심어져 있는 폭탄이 하나 둘 터지다가 마지막 폭탄이 가장 세게 터진 것 같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우주생명체가 집 위에 도착하자 그 주변만 비가 멈추고, 삼켰던 것들을 토해내면서 쏟아지는 피 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이었다. 처음부터 UFO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해하면서 보게 되는데 사실은 그것이 우주선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였다는 점도 반전이었다. 그렇다 보니 생김새도 기이한데 처음에는 평범한 UFO 같은 원형 판이었다가 점점 해파리 같은 모습으로 진화해 나간다. 이런 외형 디자인은 에반게리온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우주생명체가 가까워지면 전기가 나간다는 설정도 식상할 수 있었지만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영화만 봤을 때는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영화에 관한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서 보자 훨씬 더 재밌어진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관객 평점은 낮은 편이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여러 번 볼 수록 더 재밌어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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