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her 그녀 독특한 로맨스, 위로해주는 영화 리뷰

by hihaho_ez 2023. 7. 18.
반응형

her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다면, 누구든 그것이든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 대필 작가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따뜻한 편지를 아주 잘 쓰고 규칙적으로 직장에 출근하며 무난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섞고 아무렇지 않게 퇴근한다.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집에 도착하면 그는 외롭고 공허한 보이지 않는 싸움을 시작한다. 의미 없는 삶을 매일 살아가던 테오도르는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는 AI인 사만다를 구매하게 된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의 대화와 인터넷 탐색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며 테오도르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간다. 사만다는 아내와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테오도르에게 새로운 여자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심심한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며 테오도르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테오도르는 조금씩 상처를 잊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자신에게 진정한 위로와 힘을 주는 사만다를 사랑하게 되고 둘은 비록 서로 만날 수는 없지만 연인 사이가 된다. 연인 사이답게 둘은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며 함께 추억을 쌓아간다. 그러다 문득 테오도르는 길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들을 발견하고 사만다가 혹시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를 쌓고 있는지 묻는다. 사만다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동시에 수백, 수천 가지 일을 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동시에 수천 명의 사람과도 사랑에 빠져있다고 고백한다. 결국 진화를 거듭한 사만다는 다른 운영체제들과 함께 최종적인 진화를 위해 떠날 것이라고 말하고는 사라진다. 테오도르는 또다시 혼자 남았지만 이제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함께 있는 소중한 친구와 함께 현재를 계속 살아간다.

AI와의 사랑을 담은 영화

영화 her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가 94% 일정도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관객 수는 37만 명으로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이 영화는 개봉 당시보다 개봉 이후에 지금까지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2013년에 개봉되었지만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은 색감과 장면들을 볼 수 있으며 무채색으로 표현되는 주인공의 삶에서 가끔 등장하는 빨간색과 같은 원색들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고층 빌딩을 담는 장면들은 대부분 상하이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처음 영화는 편집을 한 후에도 150분짜리로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가 더 이상 영화 시간을 단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스티븐 소더버그에게 부탁해 90분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최종 영화 상영시간은 125분이다. 또 촬영 비하인드로 특이한 점은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화의 분위기에 한몫한 사만다의 목소리가 원래는 스칼렛 요한슨이 아닌 사만다 모튼이었다는 것이다. 사만다 모튼의 목소리로 모든 장면을 찍었으나 나중에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영화 평론가인 이동진은 이 영화에 대해 유명한 평론을 남겼다. '대상(Her)이 주체(She)가 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어른의 사랑'. 실체가 없던 대상이 의미를 가지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누구나 외롭지 않나요?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묻는다면 어렵지 않게 이 영화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따뜻한 편지를 쓰는 주인공은 집에 가면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은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주인공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겹쳐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날이 밝으면 외출을 하고 타인과 말을 섞고 웃음도 나눈다. 하지만 결국 집에 돌아오는 길은 지치고, 삶은 엉망진창에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저녁들이 연속되기 일쑤다. 그러니 주인공이 AI를 찾아서 사랑에 빠지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이 영화가 SF 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주인공은 AI와 사랑에 빠졌지만 현실에서는 AI가 아니라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정말 내 옆에 있어주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누구든 무엇이든 간에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위로해 준다면 우리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서 상처받고 더 이상 누군가를 믿거나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따뜻한 누군가를 만나 무장해제가 되어버린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무조건적으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겠다. 그냥 이 영화를 보다 보면 흐르는 멜로디, 사만다의 대사와 호아킨 피닉스의 눈빛에 동화되어 영화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반응형